나는 USMLE step 1 과 병행할 수 있는 첫 직장으로 재활병원 당직의를 선택했다.
이 병원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병원보다 일급을 적게주지만
1. 내가 봐야하는 병상수가 100병상 규모로 작은점
2. 재활병원이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대체로 안정되어있다는 점
3. 요양병원과 바로 붙어있어서 다른 당직의 선생님이 바로 윗 병동에서 근무하신다는점
4. 인프라가 다른 요양병원보다 잘되어 있는점 (CXR이나 기본 혈액검사, EKG 등이 있다.)
5. (제일중요!!) 백콜을 잘 받아주신다는 점 (주치의나 원장선생님이 야간에 어려운 환자가 있으면 노티하고 처방을 문의할 수 있다. )
위 4가지가 마음에 들어서 인턴을 나오지 않은 나로서는, 첫 직장으로 안정적이게 환자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재활병원 당직의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입사를 하기로 결정한 2022년 03월... 나의 예상을 깨는 일이 발생했다 .
바로 병원에 코로나가 퍼져서, 갑자기 상태가 안좋아지신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감기증상 (미열), 설사, 변비, 가래, 기침 정도의 환자를 예상하고 갔던 나로서는 굉장히 당황했으나,
상황이 심각했던 만큼 주치의 선생님께서 인계장을 꼼꼼하게 써주셔서 다행히도 응급환자에 대한 메뉴얼 숙지를 잘해
무사히 5개월동안 일을 잘 할 수 있다.
재활병원에서 일하면서 몇가지 배운점이 있다.
#1. 책속의 의료와 현실의료/ 대학병원의료와 로컬병원은 굉장히 다르다는 것이다.
(1) 인프라(할 수 있는, 하고 싶어하는 검사와 술기, 치료)가 다르다.
: 대학병원과는 다르게 간호사 선생님이나 간호조무사 선생님들이 술기가 미숙한 선생님이 혼자 나이트를 서는 경우, 나이트 서시는 선생님 중에는 육아를 오랫동안 하시다가 정말 오랜만에 병원에 오신경우에 IV 약을 처방하면 제대로 주사를 하지 못하시거나 싫어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해열제를 처방할때 정말 빠르게 열을 내려야하는 경우가 아니면 IM 주사나 PO 약제를 처방을 한다.
(2) 환자들이 (특히 노령의 환자분들) 치료나 처방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생긴다.
: 수액처럼 혈관에 꽂아야하는 것은 의료진도 피하고 싶지만, 환자분들 중에도 피하고 싶으신 분들이 많다.
- 한분은 열이 39도 이상이 되어서 IV 해열제로 열을 빠르게 내리고 탈수를 막기위해서 수액을 처방하고 싶었는데,
수액맞는게 싫다고 거부하셨다.
: 또한 산소방에 들어가는 것이 싫으셔서 산소포화도 92% 였지만 그냥 숨을 더 열심히 쉴테니 치료를 거부하신 분도 계셨다.
(3) 검사를 반드시 믿을 수 있을까? 임상양상과 다르면 한번즈음 의심해보기
: 사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병원이라 자부할 수 있는 대학병원 에서 본3,4 실습을 돌면서 환자 케이스를 공부할때는
대부분 진단에 필요한 모든 검사가 가능하였으며, 이 모든것들이 굉장히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 그러나 로컬 병원에서는 검사가 제한되어 있으며 false positive, negative (위양성, 위음성)이 높은 검사들에만 의존해야할 때가 있었다.
: 한번을 열이 오르셨다가 해열제로 열을 낮춘 분이 산소포화도가 89%정도로 떨어지셨다. 보통 전화로 노티를 받는 나의 입장에서는 엄청 심각한줄 알았는데, 직접 환자를 보러 갔더니 굉장히 편안해 보셨다.
: 나중에 원장선생님께 여쭈어보니까 열이 오르다가 갑자기 떨어지면 가끔 말초혈관이 수축을 하면서 피가 말초까지 가지못해서 O2 sat 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감염시 여러 inflammation 인자들이 말초 혈관을 확장시키는데 -> 이것을 막는 NSAIDs 계열의 약제를 쓰면 말초혈관 확장이 없어져 피가 잘 안갈 수도 있겠군... 이라는 usmle step 1 과 같은 소설을 한번 써봤다...)
#2. 3차병원으로 전원을 보내는게 생각보다 쉽게 되지 않는다.
전원을 진짜 진짜 안받아준다.ㅠㅠㅠㅠㅠㅠㅠ
특히 코로나가 유행하는 시기에는 서로 격리 병동수가 모자르기 때문에 응급실 환자가 많아 잘 안받아준다..
(모 대학병원 2군데와 지역병원 한군데는 응급실 전화선을 꺼두었다... ....... ㅎㅎㅎㅎㅎ)
한번은 객혈환자, 한분은 EKG elevation (r/o MI) 환자를 전원보냈어야하는데 객혈환자의 경우 호흡기 질환이라서
5군데를 5번 전화했는데도 전원 불가였다.
-> 보호자 분께 전화했더니 상황 이해하셔서 정말 다행이였다...
#3. 의사 선생님(주치의)에 따라 의학과 환자를 대하는 가치관이 다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내가 만나본 주치의 선생님들은 크게 두가지 부류로 나뉘었다.
(1) 자신이 병원에 없을때 환자가 아프지 않도록 미리 조치를 취하고 가시는 선생님.
-> 굉장히 꼼꼼하고 보수적인 진료를 하신다.
-> 검사를 하시고, 어떤 경우에는 (열이 38도 이상오르면) 어떤 약제를 처방해달라거나, 천식환자의 경우 천식의 악화가 있으면 스테로이드등을 처방하라고 미리 팁을 주시곤 한다.(혹은 미리 PRN으로 처방하신다. ( EMR에 필요시 처방하라고 넣어두는 것)
-> 이분은 환자분이 위험할거 같으면 낮에 빨리 빨리 큰 병원이나 위에 내과 전문의 선생님이 주로 계신 요양병원으로 전원을 보내버리셔서 환자분들이 대부분 안정적이다.
(2) 사람은 쉽게 죽지 않으니, 꼭 필요한 검사랑 처치를 하는 선생님
-> 적은 검사와 치료로 환자를 케어하는 것이 실력이라고 믿는 선생님
어떤 식으로 의학과 환자를 대하는지는 본인이 믿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처음 당직을 서는 나같은 당직의 입장에서는 (1) 선생님이랑 조금 더 잘 맞았던것 같다.
#4. 인상깊었던 환자들/사건들
(1) 노력으로 호흡을 조절하시는 할아버지 환자
-> O2 포화도가 92%여서 산소방에 들어가시는것
(2) DVT 환자를 leg elevation과 packing 만 해두고 BP, O2 monitoring 만 한것
(저혈압이라 심지어 N/S 을 주었다... 밤새 PE(폐색전증)이 생길까봐 조마조마하였다.)
(3) 낙상케이스의 경우 낙상프로토콜 시행
(4) 객혈 환자 -> 알고보니 laryngeal injury
(5) EKG elevation 환자 with nausea -> 예전에 심장이 조일듯이 아픈것 말고 울렁거리는 atyphical 한 증상으로 MI가 올수도 있다고 꼭 주의하라고 배웠는데 직접 보았다. (DM, woman, old)의 경우 이런 증상이 꽤 있다고 한다.
#5. 진료시 주의해야하는 점
(1) NSAIDs 계열 약제는 BUN/Cr 수치보고 처방
(2) 울렁거림이 있으면 EKG를 반드시 실행한다. (r/o MI 의심; 특히 old DM female patient)
(3) 뇌출혈, 뇌경색 환자의 경우 구토증상이나 심한 두통이 있으면 반드시 팔다리 힘빠짐, 얼굴 근육 변화, 말이 어눌해짐 이런것을 반드시 평가한다. -> 뇌출혈 의 재발이 올수도 있다.
(4) 폐렴이 의심되는 환자는 주로 3세대 세파를 쓰며, 병원에서 설사가 있는 경우 C.Difficile을 의심해서 PO vancomycin을 함께 쓰는경우가 많다. (하지만 당직의에게 항생제 처방까지 기대하지 않는다... ㅎㅎ)
** 당직의한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 v/s만 정상으로 유지하고
- 전원 필요한 응급상황때 제대로 노티하며
- 기침, 감기, 간지러움증에 대한 대증치료를 원한다.
첫직장이였던 것만큼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곳이였다.
그러나 스스로에대해서
(1) 잠자리가 굉장히 예민하다는 것을 깨닫고 -> 첫 2달은 뜬 눈으로 지새거나 1시간마다 깬적도 있다.
(2) 환자에게 직접 침습적으로 술기를 해보고 싶다는 점
이 2가지로 인해서 이직을 결정하게 되었다.
(1),(2)와 USMLE step 2를 잘 병행할 수 있도록
주 5일 피부과 일반의로 8월 한달을 보내고 9월부터 주 3일을 하면서 USMLE step 2를 슬슬 시작해볼까 한다~~
일반스럽지 않은 일반의의 삶 화이팅 ><